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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맘 먹고 떠나는 '1km 여행'

여기는 포항. 연말에 대학원 시험을 앞두고 며칠동안 광합성 한 번 못한 나에게 미안하던 차,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외워야 할 목록이 든 파일 하나 가방에 넣고 무작정 떠났습니다. 집에서 1km면 갈 수 있는 '환호 해맞이 공원'
바다와 하늘이 모두 잘 보이는 구석진 벤치에 자리를 잡고 들어가지 않는 구절구절들을 머리에 집어넣고 있던 차,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따스한 햇빛과 산책 나온 모녀. 반가웠구요,
고기 잡이 배들. 역시 반가웠죠. 포스코가 코앞이지만, 그래도 많은 고깃배로 추정되는 배들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고깃배가 아닐 수도 있을까요?
조금은 일찍 운동나온 분들도 많이 계셨구요.
약속도 없는 저를 20분이나 기다리게 한 요녀석도.
밟을 뻔한 개미들도 반가웠고..
...너무 노려보는 이녀석도
나중엔 정이 듭디다.
무슨 네셔널지오그래피 촬영기사가 된것마냥 야생 호랑이 담듯 참고 기다리고.
그러다 눈마주 치면 뒷걸음질치고..
이 날 까치를 사냥하는 고양이를 촬영할 뻔 했는데. 고양이의 게으름 탓에 멀리서 겁주는 표정 정도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 왔는데, 여긴 고양이가 많이 찾는 곳인가봐요. '솔로'인 고양이들만...
어라. 개들도 오네..
동물 세계에서의 약간의 빈부격차를 느끼게 한 두마리 강아지.
딱 달라붙어서 안떨어지는게...수컷일거야!..
멀리 안가시고 가까운 공원에 오셔서 소주한잔 걸치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분들 덕에 고양이가 여길 자주 오는 이유도 알게 됐죠.
북부 해수욕장의 분수. 저도 얼마 전에 알았다는... 엄청 오래됐다던데..
날이 저무니 뭘 찍어도 예뻤네요.
다들 퇴근하는 길이었나봐요. 저도 공부를 접고 슬슬 퇴근!
파도도.
퇴근.
갈메기들도~
하루마무리 시작.
기도를 하는 녀석도 있더군요..
내일을 보는 녀석도 있고!
이들은 또 얼마나 뜨거운 하루였을까요.
이 분들에게도...소주가 하루를 시원히 식혀줄 수 있기를.
혹은 기다리는 가족이, 사랑이. 식혀줄 수 있기를!
하늘도 나름의 마무리를 합니다.
마지막 햇살을 누군가의 집에 뿌리면서.

2011년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네요. 문득 떠났던 1km의 여행으로 다시 기운 내서 열심히 공부에 박차를 가해봅니다. 2011년. 아직 귀중한 60여일이 남았으니까 함께 막판 스퍼트를 내어 보아요!

그럴 에너지가 없는 모든 분들에게 권합니다. 작은 맘 먹고 떠나는 '1km 여행'